티스토리 뷰
목차
수능 수학 문제 30문제를 AI 글라스 하나로 18분 만에 풀었더니 96점이 나왔습니다. 처음 이 결과를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멍했습니다. 개발 업무를 하면서 AI 도구를 매일 쓰는 입장이라 기술 발전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로 들어온 이야기였습니다.

실제 테스트 결과: AI 글라스는 이미 1등급 수준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AI 글라스 중 시험 부정행위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제품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메타 레이벤 디스플레이, 이븐 리얼리티, 그리고 로키드 AI 글라스입니다. 이 중 이븐 리얼리티는 카메라가 없어 문제 스캔이 불가능하고, 메타 제품은 현재 한글 지원이 되지 않아 사실상 한국 시험에서 쓰기 어렵습니다. 결국 현 시점에서 가장 위협적인 제품은 로키드 AI 글라스입니다.
로키드 AI 글라스에는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고, 한글을 정식 지원하며, 기본 AI 모델로 Gemini와 GPT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Gemini와 GPT란 구글과 OpenAI가 각각 개발한 대형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로,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인식해 답변을 생성하는 멀티모달 AI를 의미합니다. 무료 버전 기준으로도 Gemini 3, GPT 5.2 수준의 경량 모델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는 솔직히 이 정도 성능이 나올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테스트 방식은 단순합니다. 안경 측면에 탑재된 카메라를 향해 시험지를 위치시키고, 미리 설정해 둔 사용자 지정 명령어(커스텀 프롬프트)로 두 손가락 터치 한 번이면 끝입니다. 사용자 지정 명령어란 특정 동작에 미리 입력해 둔 질문 문구로, 이 경우 "지금 눈앞에 보이는 문제의 정답만 알려줘"와 같은 식으로 설정됩니다. 문제 하나당 빠르면 15초, 느려도 30초 안에 답이 나왔고, 공통 과목과 미적분 선택 과목을 포함한 30문제 전체를 18분 만에 마쳤습니다. 최종 점수는 96점, 수능 수학 1등급 기준이 통상 91~92점 수준임을 감안하면 여유 있는 1등급입니다.
로키드 AI 글라스에는 스냅드래곤 AR1 Gen 1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AP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으로, 이 칩 덕분에 로키드는 스마트폰과 연결하지 않고도 단독으로 앱 설치와 실행이 가능합니다. RAM 2GB, 저장공간 32GB로 구성되어 있어, 사실상 저사양 스마트폰을 안경 형태로 착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시험지를 카메라로 비추면 실시간으로 정답이 표시되는 전용 앱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며, 국내 토익 시험에서도 로키드 제품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ETS TOEIC 시험 보안 정책).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테스트해 보니 가장 불안한 점은 성능 자체보다 '자연스러움'입니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손가락 두 개로 안경다리를 건드리는 동작은 일반적인 집중 자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감독관 입장에서 이걸 부정행위로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제가 느낀 가장 큰 불편함이었습니다.
- 로키드 AI 글라스: 카메라 내장, 한글 지원, Gemini·GPT 선택 가능, 단독 구동
- 수능 수학 30문제 기준 소요 시간: 약 18분, 최종 점수: 96점(1등급)
- 스냅드래곤 AR1 Gen 1 AP 탑재로 스마트폰 없이도 독립 작동 가능
- 국내 토익, 해외 각종 시험에서 AI 글라스 부정행위 사례 이미 다수 보고
탐지 방법과 제도 대응: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눈으로 보면 티 나지 않냐"는 반응이 조금 안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로키드 AI 글라스는 카메라 렌즈, 두꺼운 안경다리,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는 디스플레이 유리 등 눈에 띄는 특징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을 가리거나 위장하는 방법도 이미 존재하고, 마음만 먹으면 일반 안경과 거의 구분이 안 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지금은 준비가 덜 된 상태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이지, 준비된 사람 앞에서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탐지 방법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선택지는 여러 가지입니다. 제가 직접 정보를 찾아보고 검토한 결과, 현재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방법들은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셀로판 필름 방식의 카메라 탐지는 수십 명을 동시에 확인하기 어렵고 정확도가 낮습니다. 열화상 카메라(Thermal Imaging Camera)는 촬영 시 열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착용자의 체온이 기기 열을 가려버리기 때문에 실제 시험장에서 쓰기는 무리입니다. 블루투스 신호 탐지 앱은 제 테스트 환경에서 전혀 감지가 되지 않았고, 전자파 탐지 제품 대부분도 실용성이 낮았습니다(출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 웨어러블 기기 보안 가이드라인).
그나마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된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금속 탐지기입니다. 일반 안경의 소형 금속은 통과시키지만, 스마트 글라스는 칩과 배터리, 안테나 등 대형 금속 부품이 있어 감도 조절이 가능한 진동형 탐지기로는 충분히 구분이 됩니다. 다른 하나는 RF 신호 탐지기입니다. RF(Radio Frequency)란 기기 간 무선 통신에 사용되는 전파를 의미하는데, AI 글라스가 Wi-Fi나 블루투스로 신호를 주고받을 때 이 전파를 잡아내는 방식입니다. 제가 직접 구입해 테스트한 결과, 캐치원 20 제품은 로키드 AI 글라스의 왼쪽 안경다리 안테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신호를 정확히 잡아냈습니다. 시험 중 소음이 나면 안 되니 진동 모드를 지원한다는 점도 실용성을 높입니다.
중국의 경우 이미 대형 시험에서 금속 탐지 게이트와 RF 신호 탐지 장비를 입구에 동시 설치하고, 감독관이 순회하며 휴대용 신호 탐지기를 사용하는 방식을 운영 중입니다. 심지어 시험 기간 중 AI 글라스를 대여해 주는 산업이 생겨났을 정도로 부정행위가 만연해 있었고, 그에 맞춰 제도가 먼저 정비된 사례입니다. 우리나라 11월 수능까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저는 AI 글라스를 무조건 위험한 기술로 단정하는 시각에는 조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각 보조, 실시간 번역, 업무 기록 등 긍정적인 활용 사례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로 일하면서 AI 도구를 쓸 때 검색과 정리 속도가 확실히 달라지는 경험을 했기에, 기술 자체보다는 맥락과 목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시험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의 공정성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로키드 AI 글라스는 수능 시험장에서 실제로 사용이 가능한가요?
A.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수준입니다. 스마트폰 없이 단독 구동이 되고, 조작이 자연스러워 현장에서 바로 적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은 로고, 두꺼운 안경다리, 카메라 렌즈 등 눈에 띄는 특징이 있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눈으로도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 특징들을 위장하려는 시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Q. 일반 안경과 AI 글라스를 시험장에서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육안으로는 카메라 렌즈, 두꺼운 안경다리, 편광 느낌의 디스플레이 유리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방법으로는 감도 조절이 가능한 진동형 금속 탐지기와 RF 신호 탐지기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단일 방법만으로는 탐지율에 한계가 있고 여러 수단을 함께 써야 실효성이 높아집니다.
Q. AI 글라스로 시험 부정행위를 하면 법적으로 어떻게 되나요?
A. 국내 법령상 수능 부정행위는 해당 시험 무효 처리 및 향후 수험 자격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토익 등 민간 공인 시험도 ETS를 비롯한 주관 기관이 자체 보안 규정에 따라 성적 취소 및 응시 영구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다만 AI 글라스를 이용한 부정행위에 대한 명시적 처벌 조항은 아직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로, 제도 보완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Q. RF 신호 탐지기는 일반 안경에도 반응하나요?
A. 일반 안경에는 Wi-Fi나 블루투스 같은 무선 통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RF 신호 탐지기가 반응하지 않습니다. 반면 AI 글라스는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서버와 무선으로 통신하는 과정에서 신호가 발생하고, 이것을 탐지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직접 테스트해 본 결과, 캐치원 20 제품은 로키드 AI 글라스의 안테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신호를 귀신같이 잡아냈습니다.
결론
기술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AI 도구를 쓰면서 업무 효율이 올라가는 것을 체감하고 있고, AI 글라스가 시각 장애인 보조 기기나 현장 작업자 지원 도구로 쓰인다면 분명히 가치 있는 기술입니다. 문제는 공정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시험이라는 공간에서 이 기술이 아무런 제어 없이 쓰일 수 있는 현실입니다.
지금 당장 수험생과 감독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AI 글라스 조심하라"는 공문 한 장이 아닙니다. 시험장 반입 기준의 명확한 재정의, 금속 탐지기와 RF 신호 탐지기를 포함한 감독 장비 보급, 그리고 감독관 대상 탐지 매뉴얼이 11월 수능 전에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먼저 달려가고 제도가 뒤따라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데, 이번만큼은 그 간격이 너무 크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