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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박스를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또 두껍고 무거운 장난감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AI 글라스를 몇 번 써본 경험이 있는데 매번 무게와 디자인에서 먼저 포기하게 됐거든요. 그런데 Even Realities G2는 달랐습니다. 진짜 안경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외형에, 개발자로서 실제 업무에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착용하고 써보면서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착용감 — AI 글라스인데 왜 이렇게 가볍지?
AI 글라스를 처음 착용했을 때 가장 많이 느끼는 불편함이 뭔지 아시나요? 바로 무게입니다. 저도 이전에 다른 스마트 글라스를 써보면서 한 시간도 안 돼서 벗어둔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Even Realities G2를 처음 쓰는 순간, 예상 밖의 가벼움에 멈칫했습니다.
일반 뿔테 안경의 무게는 대략 30g 초반 정도입니다. 디스플레이 없이 배터리와 스피커만 내장한 다른 AI 글라스도 50g을 넘는 경우가 많은데, G2는 디스플레이까지 탑재하고도 30g 수준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프레임 소재에 있습니다. 안경 프레임은 마그네슘(Magnesium), 측면 프레임은 티타늄(Titanium)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서 마그네슘 합금 프레임이란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강성이 높아 항공·의료 기기에도 쓰이는 소재를 의미합니다. 덕분에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무게를 대폭 줄일 수 있었던 겁니다.
또 한 가지 비결이 있습니다. G2에는 카메라와 외부 스피커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AI 글라스는 한쪽에 카메라, 다른 쪽에 플래시 역할의 LED가 달려 있어 디자인 티가 확연히 납니다. G2는 그 두 가지를 빼버렸기 때문에 프레임이 날렵하고, 착용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AI 글라스인지 모릅니다. 저도 사무실에서 착용하고 회의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패키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박스를 옆으로 열면 차차차 펼쳐지는 방식인데, Even Realities의 창업자가 과거 애플 워치 개발팀 출신 엔지니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됐습니다. 제품을 꺼내는 순간부터 경험을 설계한 느낌이랄까요. 포고핀(Pogo Pin) 단자를 이용한 충전 케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포고핀이란 스프링이 내장된 접점 핀 방식의 충전 단자로, 별도의 케이블을 꽂지 않고 케이스에 안경을 넣는 것만으로 충전이 시작되는 방식입니다.
실시간 번역 — 1~3초 딜레이가 실제로는 문제가 될까요?
번역 기능을 테스트하기 전에 솔직히 기대를 많이 낮췄습니다. AI 글라스의 번역 기능이라고 하면 예전 구글 번역기처럼 어색한 직역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직접 영어 음성을 틀어놓고 확인해보니 번역 퀄리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핵심은 LLM 기반 번역입니다. LLM(Large Language Model)이란 대규모 언어 모델로, 단어 하나하나를 기계적으로 치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장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여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변환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의미합니다. 과거 파파고나 초기 구글 번역이 단어 대 단어의 치환에 가까웠다면, G2의 번역은 사람이 실제로 쓰는 표현에 훨씬 가깝게 나옵니다.
번역 결과가 화면에 뜨기까지 보통 1~3초 정도 걸립니다. 이걸 단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오히려 이 딜레이가 번역 품질을 보장하는 시간입니다. 문맥이 쌓여야 정확한 번역이 나오기 때문에, 즉각적인 단어 치환 대신 조금 기다리고 정확한 문장을 받는 쪽이 실용적입니다. 해외 기술 문서를 자주 보는 저 같은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 방식이 훨씬 더 편했습니다.
비교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Ray-Ban Meta 디스플레이 모델은 현재 실시간 번역에서 한국어를 완전히 지원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번역 결과를 귀 쪽 스피커로 들려주는 방식이라, 상대방 목소리와 번역 음성이 동시에 들리면서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반면 G2는 번역 결과를 눈앞 디스플레이에 텍스트로 표시해줍니다. 저는 번역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디스플레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G2가 그 조건을 충족하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출처: Grand View Research — Smart Glasses Market Report에 따르면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서 번역 및 언어 보조 기능은 기업 및 여행 수요를 중심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세그먼트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G2의 번역 완성도는 그 흐름에 정확히 올라타 있습니다.
생산성 — 회의실에서 폰 꺼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런 의미입니다
개발자로 일하다 보면 회의가 많습니다. 그리고 회의에서 놓치는 내용도 꽤 됩니다. G2의 컨버세이션 모드(Conversation Mode)를 처음 써봤을 때 이게 제가 찾던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컨버세이션 모드란 양방향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텍스트화하고, AI가 대화 중 사실 오류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내용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관련 정보를 검색해 화면 상단에 팝업으로 띄워주는 기능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써보니 회의가 끝난 뒤 폰 앱에서 대화 전체를 요약한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회의 후 노션에 회의록을 직접 정리하는 데 20~30분씩 썼는데, 이 기능 덕분에 그 시간이 크게 줄었습니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알림 기능도 업무 흐름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줬습니다. 카카오톡, 전화, 캘린더 등의 알림을 G2가 직접 받아서 눈앞에 띄워주기 때문에 코딩 중에 스마트폰을 꺼내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스마트워치와 비슷한 역할인데, 결정적인 차이는 알림 내용이 착용자 본인 눈에만 보인다는 점입니다. 외부에서 살짝 각도를 기울이면 뭔가 떠 있다는 느낌은 줄 수 있지만, 내용 자체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도 스마트워치보다 낫습니다.
텔레프롬프터(Teleprompter) 기능도 있습니다. 여기서 텔레프롬프터란 발표자가 원고를 외우지 않아도 되도록 글자를 눈앞에 스크롤해서 보여주는 장치를 의미하며, 방송이나 강연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G2는 이 기능을 앱에서 미리 원고를 입력해두면 안경 디스플레이로 바로 볼 수 있게 지원합니다. 저는 사내 기술 발표가 있을 때 한 번 써봤는데, 스크린을 보는 척하면서 원고를 확인할 수 있어서 꽤 유용했습니다.
G2로 할 수 있는 주요 생산성 기능 정리
- 컨버세이션 모드: 실시간 대화 텍스트화 + AI 자동 정보 검색 + 회의 후 요약 제공
- 알림 미러링: 카카오톡, 전화, 캘린더 알림을 디스플레이에 직접 표시 (외부에서 내용 비공개)
- 텔레프롬프터: 앱에서 원고 입력 후 발표 중 스크롤 확인 가능
- AI 음성 호출: "헤이 이븐"으로 날씨, 주식, 길찾기 등 정보 조회 및 음성 명령 실행
- 내비게이션 HUD: 헤드업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전방 주시 유지하며 경로 안내 수신
가격과 한계 — 200만 원짜리 얼리어댑터 장난감일까요?
솔직히 말하면, 가격 얘기를 꺼내는 순간 망설임이 생깁니다. 본체와 링, 선글라스 클립, 파우치를 포함해서 관부가세까지 더하면 국내에서 200만 원에 육박합니다. 이 가격대면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살 수 있고, 고성능 무선 이어폰과 스마트워치를 동시에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걸 단순한 "얼리어댑터 장난감"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실제 업무에서 쓸 수 있는 기능이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단, 아직 완벽하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앱 일부에서 한국어 지원이 미흡하고, 링 연결이 가끔 끊어졌다가 재연결되는 블루투스 안정성 문제가 있었습니다. 국내 정식 발매 제품이 아닌 만큼 이런 부분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합니다.
배터리는 우려했던 것보다 나았습니다. 스펙상 이틀 사용이 가능하고, 충전 케이스에 하루 한 번 넣어두는 식으로 사용하면 배터리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일은 없었습니다. 스마트워치를 매일 충전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디스플레이 색상이 초록색 단색이라는 점도 처음에는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RGB 풀컬러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려면 배터리 소모와 무게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사람의 눈이 같은 밝기에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색이 녹색이기 때문에, 동일한 가시성을 내기 위해 필요한 밝기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야외에서 써보니 햇빛 아래에서도 초록색 텍스트는 충분히 잘 보였습니다. 무게와 배터리와 가시성의 밸런스를 이 정도로 맞췄다는 게 오히려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IDC Wearable Device Market Report에 따르면 AR 글라스를 포함한 스마트 웨어러블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되며, 현재는 아직 얼리어댑터 구간에 해당합니다. 지금 G2를 구매하는 건 그 흐름의 맨 앞에 서는 것과 같습니다. 좋게 보면 기회이고, 보수적으로 보면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Even Realities G2는 한국에서 정식으로 살 수 있나요?
A. 현재 국내 정식 발매 제품은 아닙니다. 해외 직구로 구매해야 하며, 본체와 링, 선글라스 클립, 파우치까지 포함하면 관부가세를 더해 20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이 발생합니다. 한국어 지원은 되지만 일부 앱은 아직 한국어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Q. 실시간 번역 기능이 일상 대화에도 쓸 만한가요?
A. 저도 직접 써보고 충분히 실용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번역 결과가 표시되기까지 1~3초 정도 딜레이가 있지만 LLM 기반 번역이라 문맥을 자연스럽게 반영합니다. 단, 내가 말하는 내용을 번역해주는 기능은 아니고 상대방 말을 받아서 눈앞에 한국어로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일상 대화보다는 발표나 미팅처럼 한 방향 발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배터리는 하루 종일 쓰기에 충분한가요?
A. 스펙상 이틀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고, 제가 직접 써본 경험상 하루 업무 시간 내내 착용해도 방전 걱정은 없었습니다. 충전 케이스에 하루 한 번 넣어두는 루틴만 지키면 됩니다. 스마트워치를 매일 충전하는 것과 거의 같은 패턴이라 생각하면 적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Q. 카메라가 없으면 오히려 장점이 있나요?
A.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카메라가 달린 AI 글라스는 주변 사람들이 촬영 여부를 의심할 수 있어 사생활 침해 논란이 따라붙습니다. G2는 카메라가 없고 외형도 일반 안경과 거의 같아서 사무실이나 카페 같은 공공장소에서 착용해도 불필요한 오해를 살 여지가 없습니다. 번역·알림·AI 검색 같은 핵심 기능에 집중한 설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
제가 직접 써본 결론은 하나입니다. Even Realities G2는 지금 당장 업무에 쓸 수 있는 AI 글라스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선택지입니다. 무게, 착용감, 번역 품질, 알림 기능, 생산성 도구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든 부분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 이후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이 또 한 번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제로 체감한 제품이었습니다.
다만, 200만 원에 가까운 가격과 아직 일부 남아 있는 소프트웨어 미성숙 문제는 분명한 한계입니다. 삼성과 구글이 협력해 개발 중인 AI 글라스 출시 소식도 있고, Ray-Ban Meta의 한국어 지원 확대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구매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되, 생산성 향상에 투자할 의사가 확실한 분이라면 충분히 고려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AI 기술과 웨어러블에 관심이 많다면, 이 제품은 한번쯤 직접 체험해보실 것을 권합니다.